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증가의 배경과 대책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왜 폭증했나?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의 민낯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증가의 배경과 대책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방지 및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라는 뜻깊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 전반에 큰 주목을 받는 이슈는 아니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현행법상 상시 5명 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근로기준법 대부분이 적용되며,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많은 권리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법망의 허점을 노리고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이 갑작스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5인 미만 사업장과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5인 미만이면 근로기준법도 예외?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에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 조항은 곧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동자 권리가 제한된다는 뜻이다.

  • 해고 사유 제한 없음
  • 해고 시 서면 통지 의무 없음
  • 부당해고 구제 신청 불가
  •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부재
  • 연차 유급휴가 및 생리휴가 제한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미적용

그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마치 ‘법 밖의 노동자’처럼 비정규·무권리 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5인 미만은 피하세요”라는 조언, 현실이 된 이유

구직 사이트나 커뮤니티에는 “5인 미만 피해야 하나요?”, “연차도 못 써요” 같은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장시간 근무·임금 체불·부당해고 등 취약한 구조 속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로 인해 이들 일자리는 ‘일하고도 억울한’ 직장이 되기 쉽다.


위장된 ‘5인 미만’ 사업장이 늘어나는 구조

사업장을 쪼개고, 직원은 ‘가짜 프리랜서’로 위장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은 실제로는 5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5인 미만으로 운영되는 사업장을 말한다. 이를 위한 사업주의 전략은 매우 교묘하고 정교하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사업장 분리 위장형: 흔한 ‘사업장 쪼개기’

한 회사인 것처럼 운영되지만, 법적으로는 여러 개 법인 또는 사업장으로 분리해 등록하는 방식이다. 특히 병원, 학원, 스타트업 업계에서 자주 발견된다. 예를 들어, A치과는 치과의사와 간호조무사, 청소, 상담 등 모든 직원을 하나의 팀으로 운영하지만, 청소와 상담 직원은 별개 사업장 소속으로 분리해서 5인 미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2. 사업소득자 위장형: ‘3.3% 프리랜서 계약’

실제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에게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사업자로 등록하게 하는 방식이다. 흔히 '가짜 프리랜서'라고 불리는 이들은 일반적인 근로자 업무를 수행함에도 4대 보험 미가입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3. 이중 위장형: 두 방식의 혼합

가장 은밀하고 복잡한 형태로, 사업장 분할과 프리랜서 위장을 동시에 활용하는 경우다. 외형상으로는 모든 법적 기준을 지킨 것 같지만,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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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위장 사업장’의 현실

5인 미만 사업장, 전체의 63% 차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 실태 현황(2022년)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 209만 곳 중 132만 개가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이는 전체 사업체의 약 63%를 차지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 수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잡히지 않는 사각이 있는데, 바로 ‘위장된 사업장’이다.

사업소득자까지 포함하면 4배 가까이 증가

김주영 국회의원실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5인 미만 + 사업소득자 포함 시 5인 이상'인 사업체는 2015년 기준 3만6026개였으나, 2024년에는 무려 14만41개로 급증했다. 이는 사업소득자 위장형의 '잠재 사업장'이 약 4배 늘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통계청 통계를 보면 기타 종사자 수가 평균 9.4명인 5인 미만 사업장이 다수 존재한다. 임금노동자는 5인 미만이라도, 모든 종사자를 합하면 이미 5~29인 사업장에 해당한다. 즉, 현실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해 의도적으로 규모를 축소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나?

법의 공백, 처벌도 없다

현행 법제도는 사업주가 위장 사업장을 운영했더라도 그에 따른 실질적인 처벌 조항이 없다. 결국, 적발되더라도 실제 발생했어야 할 비용만 소급해 납부하면 그만이다. 처벌의 유인은 거의 없고, 반대로 위장을 통한 ‘절세 효과’와 법 회피의 유인은 지속된다.

정부 지원까지 받아가는 위장 사업주

문제는 단순히 근로조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위장 5인 미만 사업장 중 일부는 소규모 사업장으로 등록되어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 창업지원금, 고용장려금 등 국가 지원까지 받는다. 말그대로 ‘탈법은 이익이 된다’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해결책은? 근로기준법의 보편 적용과 근로감독 강화

1. 위장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고용노동부는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을 특별 조사하고, 고의로 위장할 경우에는 과태료 및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일일이 신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 가입 이력, 4대 보험 현황, 기타 종사자 수 등을 기준으로 AI 기반 불시조사에도 나설 수 있어야 한다.

2. 근로기준법의 전면 확대 적용

궁극적인 해결책은 ‘5인 이상’이라는 사업장 규모 기준 자체를 폐지하고,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고용 불안정과 권리 박탈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도, 고용노동부도 이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단, 적용 과정에서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제 지원, 인건비 보조 등의 정책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하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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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5인 미만이라는 숫자에 숨어버린 노동자의 권리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사업장의 크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질 권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위장한 5인 미만 사업장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나가며 결과적으로는 건강한 노동 시장을 왜곡하고, 성실한 기업에까지 피해를 주는 구조를 만든다.

거짓 숫자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현실, 이제는 그 민낯을 드러내고 바로잡아야 할 때다. 일하는 모든 이들이 공정하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은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진짜 ‘좋은 일자리’는 그런 사회에서야 비로소 가능해진다.